별밤지기
비 본문
비 소나기도 이슬비도 아닌 이것저것 섞어서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좋다. 강하게 약하게 그리고 오다 말다를 반복하며, 우산 챙겨가면 안 오고 그냥 가면 소나기 만나는 그런 것들이 즐겁다. 속옷까지 젖었는데 그래도 뭐가 더 젖을 게 있는지 외딴집 처마밑에서 소나기 그치기를 기다리는 풍경이 재미있다. 비와 기차, 내게는 환상의 콤비다. 장맛비가 길어진다는 일기예보에 나는 청량리로 간다. 강릉행 기차표를 들고 긴 줄 맨 끄트머리에 서면서부터 마음은 들뜬다. 제천을 지나고 태백을 지나 동해안을 따라 달리는 기차의 차창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그려주는 풍경은 가히 백미다. 지금은 통일호도 없어지고 경강선 개통으로 그때 그 낭만도 사라졌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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