별밤지기

비 본문

시향기

텐버 2019. 7. 18. 12:03
 
 
 

 

 
 
난 비가 좋다.
소나기도 이슬비도 아닌 이것저것 섞어서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좋다.
강하게 약하게 그리고 오다 말다를 반복하며, 우산 챙겨가면 안 오고 그냥 가면 소나기
만나는 그런 것들이 즐겁다.
속옷까지 젖었는데 그래도 뭐가 더 젖을 게 있는지 외딴집 처마밑에서 소나기 그치기를
기다리는 풍경이 재미있다.
 
그리고 난 기차를 좋아한다.
비와 기차, 내게는 환상의 콤비다.
장맛비가 길어진다는 일기예보에 나는 청량리로 간다.
강릉행 기차표를 들고 긴 줄 맨 끄트머리에 서면서부터 마음은 들뜬다.
제천을 지나고 태백을 지나 동해안을 따라 달리는 기차의 차창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
그려주는 풍경은 가히 백미다.
지금은 통일호도 없어지고 경강선 개통으로 그때 그 낭만도 사라졌다.
 
 

 

 

 

'시향기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들국화  (0) 2019.09.04
혜화동 카페 / 혜림  (0) 2018.12.11
오라, 거짓 사랑아  (0) 2016.10.26
알밤  (0) 2016.09.20
모란이 피기까지는  (0) 2015.05.12